세류동 언덕길에 가을이 내려앉았습니다. 집과 집이 맞닿은 동네에는 공동체적 정서가 묻어나고, 길게 이어진 화단마다 저마다의 꽃이 피어 있습니다. 담장을 넘어온 감과 대추, 석류가 함께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세류동 언덕길, 가을이 익어가는 풍경
맨드라미와 백일홍, 칸나꽃이 화단을 채우고, 오늘은 루엘리아 브리토니아라는 자주색 꽃이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가득한 꽃 중에서도 돋보이는 한 송이를 보듯, 아트페어에서 수많은 작품 사이 시선을 끌 그림을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세상 모든 것은 자신만의 독보적인 개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전을 앞두고 많은 고민이 닥쳐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담장 너머로 익어가는 석류
가을을 상징하는 석류를 오늘 세 그루 보았습니다. 그중 좁은 주택 화단 틈에서 풍성한 가지를 내민 석류가 유독 시선을 끌었습니다. 과실이 굵고 색도 고왔습니다.
반면 빈집에 홀로 열린 석류는 색도 과실도 빈약했습니다. 식물도 사랑받아야 생기가 피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설레며 고향 가는 길
추석이 다가오니 불현듯 마음 한편이 허전해집니다. 오랜만에 내가 세대주가 된 가족을 뒤에 싣고, 부모님과 고향 산천을 마주하러 가는 길에는 아이처럼 마음이 들뜨곤 했습니다.
그 설렘을 떠올리면 고향으로 향하던 길목의 풍경까지 함께 되살아납니다.
이제는 찾아갈 고향, 반겨줄 부모님이 계시지 않으니
이제 찾아갈 고향도, 반겨줄 부모님도 계시지 않으니 고아가 된 심정입니다. 대신 형제와 자녀들이 함께 마주하는 차례상이 그나마 위안이 되어줍니다.
고향 이야기와 음복주를 나누며 부모님을 떠올리는 시간, 그 안에서 상실과 위안이 함께 자리합니다.
인연의 정원에서 만난 시 한 구절
함께했던 인연의 정원에서 문득 이런 시가 떠오릅니다. 남쪽에 아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 바라보는 남쪽과, 남쪽에 아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바라보는 남쪽은 얼마나 다른가 하는 구절입니다.
담장 너머 곱게 익은 석류처럼, 곁에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풍경을 다르게 물들인다는 것을 이 가을에 다시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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